175. 가로등
175. 오늘도 그들은 하늘 한 번 올려다 보지 못하고 누군가를 위해 숨죽여 살아내고 있다. / 가로등
175. 오늘도 그들은 하늘 한 번 올려다 보지 못하고 누군가를 위해 숨죽여 살아내고 있다. / 가로등
꽃잎엔 새하얀 새벽 이슬 그대론데
어쩐지 붉게 물든 물봉선
순진한 새우소년 그녀 입술 닿으려니 수줍게 볼 붉히고
저녁 하늘도 덩달아 부끄러 어쩔 줄 모르네
투명하게 붉어지는 계절
그래 나도 어쩐지 아름답게 익을 것 같네
잔뜩 성 난 어린 소녀 빨간 볼때기
조심스레 그대 숨결 불어와, 연분홍 풍선 되어 피어 오르네
어쩐지 아름다운
그런 계절이 왔네
구인합니다 세상에 찌들지 않은 사람 우리만의 언어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 사회화 덜 된 원시인 같은 사람 우리 둘이 발가벗고 순수 그 자체로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 우리의 우주를 새로이 지을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
무례하기는
겨우 인간으로 살면서, 우산 따위
당신의 사랑 앞에 쏟아지는 우주 아래
왜 하나의 우산으로 걸어야 할까
글자에 갇혀 질식한 우주
어항 속에 조난당한 금붕어 한 마리 마냥
다시 원시인이 될 순 없을까 광화문 한복판의 보름달처럼
정처없는 알몸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나그네처럼
얼마나 젖으면 사랑할 수 있을까
얼마나 부끄러우면 다시 우주와 하나될 수 있을까
빗소리가 달아오른 날,
찢어진 책은 강물에 흘러 바다로 조각났다
가끔씩 소금기 묻은 순수의 조각들이 물어물어 나를 찾아왔지만 나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
뒤돌아 뚜벅뚜벅, 우산은 다시 정처 없고
1. 조간신문-자존심 2. 색연필-신디사이저 3. 비누향기-뽀뽀 4. 헤드폰-노숙자의 신문지 5. 미니스커트-공연
6. 악플-화살 7.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캐롤-냉면은 겨울 음식 8. 염주-부채 9. 달빛-충전기 10. 우산-고정관념
11. 라디오-사진앨범 12. 보내지 못한 편지-메아리 13. 편집증-벙커 14. 아기 눈망울-아침 이슬 15. 색종이 세트-실로폰
16. 프랭클린플래너-철창살 17. 골무-나무그늘 18. 피멍-잔향-리버브(Reverb)-물둘레 19. 자존심-장미 가시 20. 달력-아파트
21. 갑자기 맞는 밤 공기-불합격 전화 22. 보드카 샷-뺨 맞은 얼굴 23. 아기 피부-소녀의 마음 24. 달빛-빵 굽는 냄새 25. 주먹밥-어미 새가 품고 있는 알
26. 오페라-샹들리에 27. 폭염-면접-사우나 28. 매끈한 피부-입에 넣자마자 녹아없어지는 생선회 29. 메탈 사운드-더운 날 몰아치는 소나기 30. 이별 노래-드라이한 레드와인
바닥에 다다르니 가까이에 들리는 건 추락한 탁상시계 초침소리, 똑 딱 똑 딱, 솔 라 솔 라, 장조 단조 장조 단조. 기쁨, 슬픔, 기쁨, 슬픔. 정수리 가까이에 울린다 쉬지 않고 일 초마다 / 시계
<나비>
바람 부는 날이면
나무에 초록색 나비 앉았다
어떤 놈은 무심히 앉아 쉬는 듯
또 어떤 놈은 그저 간신히 매달려 버티며
푸르른 풀잎 소리의 날갯짓
비라도 내리면
언 놈은 가끔 죽어 버렸다
저승에도 초록 물고기 싹텄다
덕분에 나는 언제나 봄이었다
나도 푸르게 죽었으면 좋겠다
흠뻑 젖어 죽었으면 좋겠다
풀 속 어딘가 생명 잃은 우산 하나
그렇게 인생이 되었다
나를 기어이 다 벗겨 놓고선 당신 표정, 비로소 내 실체를 알게 된 당신 그 표정 겁이 났다. 기대와 관심의 손길도 사실 내겐 두려움, 실망의 상처만 남기고 돌아서면 어쩌나. 나도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잘은 모른단 말야. / 복권
되는 것 하나 없이 매일같이 물만 먹었다. 지고가는 삶,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. / 소금